조선비즈 기사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단순히 “인텔·소프트뱅크가 HBM 대항마를 만든다”가 아닙니다. 진짜 재미는 메모리를 쌓는 방향과 연결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 한다는 점입니다.
HBM이 고층 아파트 한가운데 엘리베이터(TSV)를 뚫어 데이터를 올리고 내리는 구조라면, ZAM 계열 기술은 조금 더 과감합니다. 사용자가 표현한 것처럼, 영화 인셉션에서 도시의 땅이 수직으로 접히듯 수직의 땅을 붙여 새로운 도로, 즉 연결선을 더 많이 만들려는 발상에 가깝습니다.
1. ZAM이 갑자기 주목받는 이유
ZAM은 Z-Angle Memory의 약자입니다. 소프트뱅크 자회사 SAIMEMORY와 인텔이 개발 중인 차세대 3D 고대역 메모리 구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최근 VLSI 2026에서 SAIMEMORY·Intel·PSMC·AP Memory 연구진이 9층 3D 고대역 D램 구조를 발표했습니다.
핵심 키워드는 다음입니다.
- 9층 구조: 로직층 1개 + D램층 8개
- 3µm 초박형 실리콘: 각 D램층 실리콘을 매우 얇게 가공
- 퓨전 본딩: 접착제 없이 웨이퍼를 원자 단위에 가깝게 붙이는 공정
- Via-in-one TSV: 여러 층의 금속 배선을 수직 연결 구조에 직접 붙이는 방식
- 0.25Tb/s/㎟급 대역폭 밀도, 0.35W/㎟ 미만 전송 전력, 0.7pJ/bit 미만 데이터 이동 에너지를 목표/실증 수치로 제시
이 수치가 중요한 이유는 AI 가속기에서 병목이 연산이 아니라 메모리 대역폭과 전력, 발열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 기존 HBM은 어떻게 연결될까: TSV라는 엘리베이터
HBM은 여러 장의 D램 다이를 위로 쌓고, 그 사이를 TSV(Through-Silicon Via, 실리콘 관통전극)로 연결합니다. TSV는 말 그대로 실리콘 칩을 수직으로 뚫어 만든 전기 통로입니다.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HBM = 고층 건물 중앙에 엘리베이터 여러 대를 설치한 구조
좋은 점은 명확합니다.
- GPU와 메모리 사이 거리가 짧아짐
- 병렬 연결이 많아 대역폭이 커짐
- 기존 GDDR보다 전력 효율이 좋아짐
- AI 학습·추론에 필요한 대량 데이터 공급에 유리
하지만 층이 높아질수록 문제가 생깁니다.
- TSV를 뚫을 수 있는 위치와 개수에 공정상 제약이 있음
- TSV 주변 면적은 메모리 셀로 쓰기 어려움
- 중앙부에 열이 갇히기 쉬움
- 다이를 많이 쌓을수록 수율과 테스트 난도가 올라감
- 배선·전원·신호 무결성 문제가 복잡해짐
즉 HBM은 이미 훌륭한 구조지만, “더 높이, 더 많이, 더 빠르게”를 계속 요구받으면 엘리베이터 shaft 자체가 병목이 됩니다.
3. ZAM의 발상: 수직으로 쌓는 게 아니라 ‘수직 면’을 만든다
ZAM을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단순히 TSV를 더 많이 뚫자는 기술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공개 자료와 보도를 종합하면 ZAM은 다음 조합에 가깝습니다.
- 세로 방향으로 세운 메모리 슬라이스 구조
- Via-in-one 본딩
- 초박형 실리콘 적층
- 유도결합/무선 I/O 같은 새로운 입출력 방식 가능성
- 전력·신호·열 경로를 기존 HBM과 다르게 설계하는 3D 메모리 구조
여기서 사용자의 “인셉션” 비유가 꽤 좋습니다.
HBM은 평면 땅 위에 아파트를 높게 올린 뒤, 정해진 엘리베이터 통로를 뚫는 방식입니다. 반면 ZAM은 도시 블록 자체를 접어 수직 벽처럼 붙이고, 그 벽 전체에 도로와 접속면을 새로 만드는 방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4. “도로가 많아진다”는 건 정확히 무슨 뜻일까
반도체에서 도로는 데이터가 오가는 배선·비아·I/O 경로입니다. 도로가 많다는 것은 단순히 선을 많이 그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반도체 관점에서는 다음을 의미합니다.
- 더 많은 병렬 데이터 경로
- 더 짧은 이동 거리
- 낮은 저항과 낮은 커패시턴스
- 낮은 pJ/bit, 즉 bit 하나를 옮기는 데 드는 에너지 감소
- 전력 공급 경로 분산
- 열이 빠져나가는 경로 확보
기존 HBM의 TSV는 이미 수천~수만 개 단위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TSV는 칩 내부를 관통하므로 위치·면적·공정 부담이 큽니다. ZAM 계열의 Via-in-one/수직 슬라이스 접근이 성공한다면, “층 사이의 특정 구멍”이 아니라 붙어 있는 수직 면 전체를 접속 자원처럼 쓰는 방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TSV는 건물 안에 엘리베이터를 추가하는 문제이고, ZAM은 건물 옆면 전체를 도로와 환승 통로로 바꾸려는 문제입니다.
이 차이가 크면 클수록,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데이터가 지나갈 수 있습니다.
5. HBM vs ZAM 핵심 비교
- 목표 시장
- HBM: 현재 AI GPU의 주력 고대역 메모리
- ZAM: 2029년 전후 포스트 HBM 후보
- 연결 방식
- HBM: D램 다이를 쌓고 TSV로 수직 연결
- ZAM: 수직 슬라이스, Via-in-one, 사선/면 접속형 구조를 지향
- 장점 후보
- HBM: 이미 양산 검증, 생태계, 고객사 채택 완료
- ZAM: 더 높은 대역폭 밀도, 더 낮은 전력, 더 나은 열 배출 가능성
- 약점
- HBM: 고층화 시 발열·수율·전력·패키징 부담 증가
- ZAM: 아직 연구/시제품 단계, 고객 검증·양산 수율·표준화 미확인
- 비유
- HBM: 고층 건물 + 중앙 엘리베이터
- ZAM: 수직으로 접힌 도시 + 여러 방향 도로망
6. 왜 미국·일본·대만 연합이 중요할까
이번 기사에서 기술만큼 중요한 부분은 참여 주체입니다.
- 미국: 인텔 원천 기술, DOE/NNSA AMT 프로그램 계열 연구
- 일본: 소프트뱅크 SAIMEMORY, NEDO 보조 사업, 정책 자금
- 대만: PSMC 제조 경험, AP Memory 저전력 메모리/IP 설계
HBM 시장은 현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강합니다. 그래서 ZAM은 단순한 기술 프로젝트라기보다 한국 중심 HBM 공급망을 우회하거나 보완하려는 지정학적 메모리 프로젝트 성격도 있습니다.
특히 PSMC가 들어왔다는 점은 “실험실 기술”에서 “제조 가능한 기술”로 가기 위한 힌트입니다. 메모리 구조는 논문에서 예뻐 보여도, 실제 양산에서는 웨이퍼 본딩 정렬, 박막 실리콘 핸들링, 불량층 처리, 테스트, 패키징, 열 신뢰성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7. 그래도 당장 HBM을 대체하긴 어렵다
ZAM을 “HBM 킬러”라고 부르는 기사들이 있지만, 아직은 조심해야 합니다.
현재 HBM은 이미:
- 엔비디아·AMD·AI ASIC 생태계에 깊게 들어가 있음
- JEDEC 표준과 패키징 공급망이 있음
-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양산 경험이 축적됨
- HBM3E, HBM4 로드맵이 계속 진화 중
반면 ZAM은:
- 고객사 검증 전
- 대량 양산 수율 미확인
- 실제 AI 패키지 통합 미확인
- 표준화·소프트웨어·시스템 설계 반영 전
- 현재 공개된 9층 구조 용량도 HBM4급 상용 스택과는 차이가 있음
따라서 더 현실적인 표현은 이렇습니다.
ZAM은 지금 HBM을 당장 죽이는 기술이 아니라, HBM이 2029년 이후 마주할 수 있는 새로운 경쟁 축입니다.
8. 한국 기업 입장에서의 의미
한국 입장에서는 두 가지로 봐야 합니다.
첫째, HBM의 현재 우위는 여전히 강합니다. AI 반도체 고객사는 성능만 보지 않고 공급 안정성, 수율, 패키징, 검증 기간, 생태계 리스크까지 봅니다. 이 부분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가진 경험은 쉽게 대체되지 않습니다.
둘째,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ZAM이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나온 Via-in-one, 초박형 실리콘, 퓨전 본딩, 수직 슬라이스, 새로운 I/O 방식은 다른 형태로 산업에 흡수될 수 있습니다. 경쟁의 방향이 “미세화”에서 “수직화와 패키징”으로 넘어간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의 VS-DRAM, SK하이닉스의 수직 게이트 D램 연구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제 메모리 경쟁은 셀을 더 작게 만드는 싸움만이 아니라, 어떻게 쌓고, 어떻게 붙이고, 어떻게 열을 빼고, 어떻게 GPU 옆에 놓을 것인가의 싸움입니다.
9. 결론: ZAM의 핵심은 ‘더 높은 빌딩’이 아니라 ‘더 많은 도로’다
ZAM을 재미있게 보는 이유는 단순한 속도 경쟁이 아니라 구조적 상상력 때문입니다.
기존 HBM은 이미 놀라운 기술입니다. 하지만 TSV라는 엘리베이터를 더 많이, 더 촘촘히, 더 높게 뚫는 방식은 언젠가 한계에 부딪힙니다. ZAM은 그 한계를 보고 질문을 바꿉니다.
“엘리베이터를 더 늘릴 수 없다면, 아예 도시를 접어서 새로운 도로 면을 만들면 어떨까?”
이 발상이 실제 양산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잘만 된다면 사용자가 말한 것처럼 기존 TSV 개수의 제약을 넘어, 수직 방향으로 훨씬 더 많은 연결선과 열 배출 경로를 확보하는 새로운 메모리 패러다임이 될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메모리 전쟁은 이제 D램 셀 안에서만 벌어지지 않습니다. 칩의 위, 아래, 옆면, 그리고 패키지 전체가 전장이 되고 있습니다. ZAM은 그 전장이 3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매우 흥미로운 신호입니다.
참고한 주요 자료
- 조선비즈, 「韓 메모리 패권 겨눈 美·日 ‘HBM 대항마’ 기술 연구 진전… ZAM 개발에 대만도 합류」, 2026.06.26
- TrendForce, PSMC Joins Intel, SAIMEMORY to Demo 9-Layer Fusion-Bonded Via-in-One Architecture, 2026.05.22
- TrendForce, Intel·SoftBank ZAM-Based HB3DM 관련 보도, 2026.04.30
- HPCwire, New Details Emerge On ZAM, the HBM-Killer, 2026.05.04
- Tom’s Hardware, Intel and SoftBank Z-Angle Memory 관련 보도,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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